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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66%’ 비밀 알고리즘…그 천재 수학자가 사들인 것

짐 사이먼스(르네상스 테크놀로지 창업자 겸 회장)=사람들이 저에게 헤지펀드가 뭐냐고 물어보면 ‘2와 20’이라고 설명합니다. 2%의 고정 수수료와 20%의 성과 보수를 의미하죠.
크리스 앤더슨(TED 대표)=당신은 이것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말이 있던데요.
사이먼스=한때는 저희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수료를 부과했었죠. 5%의 고정 수수료와 그리고 44%의 성과 보수를 요구합니다.
앤더슨=그런데도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돈을 안겨줬죠.
사이먼스=네 맞습니다. 많이 돌려줬죠. 사람들이 “뭐 이렇게 높은 수수료가 다 있어”라고 화내면 “좋아요. 그럼 돈을 다 빼시면 됩니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하면 “아니오. 어떻게 돈을 더 벌 수 있죠”라고 하더군요. (청중 웃음)

수학과 교수와 암호해독자 등을 거쳐 투자의 신화를 쓴 짐 사이먼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회장이 2015년 지식 강연 웹사이트 테드(TED)의 크리스 앤더슨 대표와 진행한 인터뷰의 한 대목입니다. 사이먼스 회장은 자신의 대표 펀드인 메달리온 펀드가 원래도 많은 수수료를 내는 일반적인 헤지펀드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요구해도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돈을 안겨줬다며 너스레를 떠네요.

짐 사이먼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회장(오른쪽)이 2015년 테드(TED)의 크리스 앤더슨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TED 유튜브 캡처

[STEP1]사이먼스의 자신감:수익 44% 떼가도 투자 못해 안달

무한경쟁의 글로벌 헤지펀드 업계에서 말도 안 되는 ‘배짱 영업’을 해도 고액 자산가들이 이 펀드에 투자하지 못해 안달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난 30년(1988~2018년)간 메달리온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이 무려 66%이기 때문이죠. 저 어마어마한 수수료를 떼고도 르네상스 고객들은 연평균 39%의 수익을 받아갔습니다. 수수료를 뗀 이 성과마저 조지 소로스와 피터 린치, 워런 버핏, 레이 달리오 같은 전설적인 투자 구루의 성과를 뛰어넘는 수치죠. 르네상스의 포트폴리오는 최근 1년간 수익률도 7%가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해 미국 주식시장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최악이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천재 수학자 30년 수익률 66%…그 ‘비밀 알고리즘’ 풀어봤다

천재 수학자 출신인 짐 사이먼스는 투자업계에 뛰어들어서도 전설적인 성과를 냅니다. 사이먼스가 설립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이하 르네상스)의 대표 펀드인 메달리온 펀드는 1988년부터 2018년까지 30년간 연평균 수익률 66%를 기록했죠. 이는 평생 투자에 몰두한 피터 린치와 워런 버핏, 레이 달리오 같은 전설들의 업적마저 압도하는 수준이죠.

짐 사이먼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창업자. 짐 사이먼스 인스타그램

투자업계가 르네상스의 압도적인 수익률과 함께 주목하는 지수가 또 있습니다. 바로 ‘샤프 지수’예요. 아무리 수익률이 뛰어나도 매년 성과가 들쑥날쑥하다면 그 펀드를 신뢰할 수 없죠. 그 때문에 투자자에겐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위험성)을 고려한 성과 측정 방식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샤프 지수입니다. 수익률이 높을수록, 변동성이 낮을수록 샤프 지수는 올라갑니다. 당연히 샤프 지수가 높을수록 더 좋겠죠.

메달리온 펀드의 샤프 지수는 1990년 초 이미 2.0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S&P500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샤프 지수 평균이 1.0 안팎을 기록하는 것과 비교하면 두 배에 달하는 수치죠.

하지만 르네상스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자신들의 퀀트 알고리즘을 완벽에 가까운 수준까지 올려놓기 위해 투자 자산의 범위를 넓히고 트레이딩 기법 등을 매년 개선했습니다. 2004년 메달리온 펀드의 샤프 지수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인 7.0을 기록합니다. 이는 1년 넘는 기간 동안 손실을 볼 위험이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메달리온 펀드의 알려진 기간별 성과를 살펴보면 1993년 1월부터 2005년 4월까지 49개 분기 중 3개 분기에서만 손실을 봤다고 합니다. 사이먼스가 르네상스 설립 초기 “시장의 패턴을 풀어보겠다”고 다짐했다는데, 이쯤 되면 허언이 아니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STEP1]르네상스가 산 이 종목…“이유를 묻지 마세요”

르네상스는 여전히 많은 것이 베일에 싸여 있어요. 일부 펀드는 르네상스 직원만 투자할 만큼 폐쇄적이어서 수익률조차 정기적으로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최근 그들의 성과를 확인하려면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3F 보고서(1억 달러 이상 운용기관 보유 지분 공시)를 통해 추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식보다 부채 투자 유리”…‘비수기 강자’ 막스의 픽은

비수기에 좋은 성과를 거두는 거로 유명한 하워드 막스지만 올해는 딱히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막스가 이끄는 오크트리캐피털의 1년 수익률은 27.9%였지만 올해 1분기 말 기준 수익률은 7.5%에 머물렀죠. 1분기 S&P500은 7%, 나스닥은 16.8%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오크트리 포트폴리오 상위 종목의 주가는 부진했죠. 이들 종목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45% 정도를 차지하니까 전체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오크트리가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18.2%)은 TORM(티커 TRMD)입니다. 약 85척의 선단을 운영하는 유럽 해운사죠. TORM의 1분기 주가가 6.72% 상승했으니 나름 맏형 노릇을 했는데요. TORM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보유한 체서피크 에너지(CHK·7.2%)의 주가는 19.4% 하락했습니다. 체서피크 에너지는 미국의 대표 천연가스 개발∙생산 업체인데요. 증폭된 경기 침체 우려와 국제유가 하락세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보유 비중 3위인 가렛 모션(GTXAP·6.7%, 자동차 전기식 터보 제조업체)과 4위 비스트라 에너지(VST·6.1%, 전기∙천연가스 공급 업체)도 각각 2.2%, 3.5%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당장의 성적보다 중요한 건 포트폴리오 변화에 녹아 있는 투자 방향이겠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 등을 통해 지난 1분기 오크트리캐피털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했습니다.

📍[STEP1] 미국 은행 위기를 바라보는 막스의 시선

아들 앤드루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해외에서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고 결심했다. 그 기간 오크트리 런던사무소에서 일했는데 생활비가 필요했기 때문에 영국 은행에 현금을 이체하고, 다른 금융회사 몇 군데에 양도성예금증서(CD)로 예치할 것을 요청했다. 그중 하나가 노던록(Northern Rock)이었다. 금융위기 조짐이 보이던 2007년 9월 노던록이 자금 유통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자 너도나도 계좌를 해지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금요일 오후에 은행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체할 수 있는지 물었다. 조기 인출 시 2%의 위약금이 있다고 했지만 나는 주저 없이 ‘월요일 아침에 돈을 이체하라’고 말했다. 원금 전액과 비교하면 2% 위약금은 하찮은 액수였으니까. 그러니 위약금도 없이 예금을 다 꺼낼 수 있었던 실리콘밸리은행(SVB) 예금자의 마음은 어땠겠나.

막스는 30년 넘게 쓰고 있는 ‘메모’로도 잘 알려져 있죠. 그가 최근 메모 ‘실리콘밸리은행에서 배우는 것(Lessons from Silicon Valley Bank)’에서 밝힌 자신의 일화입니다. 다행히 직전에 영국 정부가 노던록 예금에 대한 지급 보증에 나서 은행 파산은 가까스로 면했다고 하네요.

SVB의 경우 채권 손실 소식이 전해진 뒤 단 하루 만에 전체 예금의 3분의 1이 인출됐는데요. 막스가 이런 얘기를 꺼낸 건 은행이 신뢰를 잃지 않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디지털 거래가 일반화되며 인출이 쉬워졌고, 위약금도 없으니 엄청난 속도의 뱅크런을 피할 수 없는 건데요. 이는 아주 작은 균열에도 파산에 몰릴 수 있다는 뜻이죠.

넷플로 5700억 잃은 애크먼…‘챗GPT 피해주’ 구글 베팅, 왜

넷플릭스로 3개월 만에 4억3000만 달러(5700억원)의 손실을 봤던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회장이 다시 빅테크 기업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애크먼은 올해 1분기 구글 주식을 10억6190만 달러(3월 말 종가 기준·약 1조4000억원)어치 사들였습니다. 부리토를 주력하는 하는 식당 체인 치폴레 등 소매업체와 부동산, 철도 회사 등으로 가득 찼던 그의 포트폴리오에 다시 기술 회사가 포함됐죠.

마침 올해 1분기 구글은 ‘ChatGPT(챗GPT) 피해주’로 분류되며 어려움을 겪어왔는데요. 애크먼을 비롯해 세스 클라먼 등 여러 고래 투자자가 구글을 새로 사들였습니다. 코로나19 초창기 한 달 만에 100배의 수익을 본 투자자, 애크먼은 왜 구글을 택했을까요. 애크먼의 지난 1분기 포트폴리오를 분석했습니다.

[STEP3] ‘챗GPT 피해주’ 구글 대량 매수…치폴레 등 소량 매도

올해 1분기 애크먼의 포트폴리오 변화 중 가장 눈여겨볼 건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티커: GOOG, GOOGL) 집중 매수입니다. 의결권 없는 클래스C 주식인 GOOG를 806만9700주, 의결권이 있는 클래스A 주식인 GOOGL을 218만5000주 매수했습니다. 지난 3월 말 종가 기준으로 각각 8억3925만 달러, 2억2265만 달러씩, 총 10억6190만 달러(약 1조4000억원)를 구글에 베팅했습니다. 구글이 포트폴리오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43%입니다.

애크먼 입장에서는 지난해 초 4억3000만 달러의 손실을 본 넷플릭스 뒤 1년 만에 빅테크에 대규모 베팅을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매수 금액도 넷플릭스(11억 달러)와 유사한 규모네요.

애크먼이 판 종목은 주택 개량 소매업체인 로우스(LOW)와 멕시코 음식 체인인 치폴레(CMG), 호텔 체인인 힐튼 월드와이드(HLT) 등입니다. 다만 지난해 말 보유 주식 대비 매도한 주식 비중은 LOW 3%, CMG 6%, HLT 7% 등으로 크지 않습니다.

올해 3월 말 공개된 지난해 연례보고서에도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에 대한 높은 평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실제 치폴레는 지난 18일 기준 2095.8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신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애크먼이 이들 종목을 사랑하는 이유는 지난 분기 고래연구소를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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